비밀번호
안녕하세요, 여러분. 르네브입니다. 우리는 매번 사업 이야기, 새로운 기술 도전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오늘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시 한 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제가 최근에 우연히 문현식 시인의 '비밀번호'라는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밀번호?' 하고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시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아,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으면서, 눈물이 저항할 틈도 없이 그냥 흘러내렸습니다.
느린 이야기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가족들 각자의 리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에서는 그 소리를 'ㅁ'이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누르는 빠르기와 간격에 따라 띄어쓰기를 다르게 했어요.
엄마는 ㅁㅁㅁ ㅁㅁㅁㅁ, 아빠는 ㅁㅁ ㅁㅁ ㅁㅁㅁ... 각자의 익숙한 빠르기와 리듬이 느껴지죠. 그런데 시의 화자는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달랐다고요.
할머니는...
ㅁㅁ ㅁ ㅁ
ㅁ ㅁ ㅁ
이렇게, 다른 가족들보다 훨씬 느리고, 중간에 긴 쉼표도 있었던 그 리듬.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이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
보고 싶 은
할 머 니"
'제일 천천히 눌러도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저희 부모님,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강하게 났습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위해 어린 손자, 손녀들 기저귀 갈아주시고 밥 먹여 키워주셨던 그 모습들... 자식들 힘들까 늘 먼저 걱정하고, 본인은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자식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서 해주셨던 그 사랑과 희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시에서 표현된 할머니의 느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어쩌면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서툴렀을지 모르는 그 손길이, 시의 화자에게는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불러주던 그리운 소리로 기억되고 있는 거죠. 그 느린 손길이 결국 가장 빠르고 따뜻한 사랑의 표현이었던 겁니다.
리뷰
'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 이 부분에서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렀습니다. 부모님께서 항상 자식 생각뿐이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안부조차 제대로 묻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보고 싶은 마음에... 정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눈물이 계속 흘렀습니다.
시 한 편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 매일 반복하는 작은 행동 속에도 이렇게 깊은 의미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르네브(Lenevv)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저에게도 이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신발, 우리가 전하려는 가치 속에 어떤 의미와 스토리를 담아야 할지, 그리고 그 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저처럼, 문득 만나는 시 한 구절이나, 익숙한 일상 속의 작은 소리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뭉클해지는 경험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울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